관행이었던 구두 계약.. 믿고 일했다가 거래처가 잠적했습니다
본 사례의 인물명·법인명은 모두 가명이며, 의뢰인 보호를 위해 사업명·발주처·날짜 등 특정 가능한 정보를 일반화하거나 각색했습니다.
공연 제작사 무대온(가명)은 거래처와 계약서 한 장 쓰지 않았다. 견적서와 단체 채팅방 대화, 몇 마디 말로 모든 게 정해졌다. 그 거래처가 대금을 받고 사라졌을 때, 무대온이 떼인 돈은 528만 원이었다. 계약서는 없고, 상대는 잠적했고, 금액은 혼자 소송을 결심하기엔 애매했다.
혼자였다면 거기서 멈췄을 사건이다.
하지만 결국 사라진 상대를 찾아내고, 흩어진 말들을 증거로 세우고, 받을 돈을 원금 이상으로 키운 것은 전부 그 두 달 사이의 일이었다.
구두 계약이 가져온 결말
2024년 가을, 무대온은 공공기관이 주최하고 한 대학 산학협력단이 진행을 맡은 공연 행사에 참여했다.
무대온의 정현우 PD(가명)는 공연 기획과 연출을 총괄하며 무대, 조명, 음향, 영상, 악기까지 모든 하위 용역을 조율하는 자리에 있었다. 그중 악기 대여는 개인사업자 강민석 씨(가명)가 맡았다.
문제는 대금이 들어오는 경로였다.
발주처가 공공기관 산하 조직이다 보니 예산을 항목별로 사전 승인받아야 했고, 계약에는 재하청을 금지하는 조항까지 있었다. 무대온이 전체 제작비를 한꺼번에 받아 업체들에 나눠주는 방식은 막혀 있었다.
강 씨가 그 틈으로 제안을 냈다.
"산학협력단에 제가 직접 견적서를 넣겠습니다. 거기서 입금되면 그때 정산하죠. 지금은 선금만 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강 씨가 발주처로부터 대금을 먼저 받은 뒤, 무대온 몫인 480만 원(부가세 별도)을 다시 무대온에 송금하기로 했다. 이 약속에 서면은 없었다. 전부 말로 오갔다.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관행”이었으니까
나중에 정 PD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그걸 왜 믿었느냐"였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는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강 씨를 처음 만난 자리는 정 PD가 따로 수소문한 곳이 아니라, 산학협력단이 소집한 전체 팀 회의였다. 이미 프로젝트 구조 안에서 역할이 정해진 사람이었다.
견적서도 받았다. 드럼, 베이스 앰프, 기타 앰프, 키보드, 피아노까지 품목별로 정리된 공식 견적서였고, 금액도 업계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리허설 일정, 출연자 악기 세팅, 사운드 체크, 과업 지시서까지 관련자 전원이 들어와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매일 소통했고, 강 씨도 그 안에 있었다. 나흘간 이어진 공연에서 강 씨는 약속한 악기를 모두 세팅했고, 리허설부터 본 공연까지 자리를 지켰다.
일을 제대로 했고, 몇 달을 함께한 사람이었다. 정 PD가 그의 말을 믿은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게 빈틈이었다.
입금을 확인한 순간, 거래처가 사라졌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온은 부가세를 포함한 528만 원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강 씨는 "산학협력단에서 입금되는 대로 바로 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다 정 PD는 산학협력단이 강 씨 계좌로 대금을 입금 완료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바로 연락했다.
그때부터 강 씨의 태도가 달라졌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1월 16일 "입금 확인되셨나요?", 1월 20일 "전화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 메시지는 읽혔지만 답은 오지 않았고, 며칠 뒤에는 아예 연결되지 않았다. 입금 전까지는 연락이 됐고, 입금 후부터 두절됐다.
이제 정 PD에게 남은 것은 막막함이었다. 둘 사이에 계약서는 없었다. 상대는 연락을 끊었고, 정확한 거주지조차 알지 못했다. 받을 돈은 528만 원, 혼자 변호사 없이 소송을 결심하기에는 애매한 금액이었다.
대부분이 이 지점에서 포기한다. 정 PD는 포기하는 대신 이현의 문을 두드렸다.
막막한 사건을 푼 것은 '독촉'이 아니라 '구성'이었다
이현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이 사건을 어떤 다툼으로 세울지 정하는 것이었다.
"내 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문제였다.
이현은 이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재하청을 금지한 계약 조건 때문에 무대온이 받을 돈이 강 씨를 거쳐 들어올 수밖에 없었던 구조를 분석하고, 이를 '업계 관행에 따라 성립한 약정금'이라는 법적 청구로 다시 구성한 것이다.
둘 사이에 계약서가 없어도, 왜 이런 약속이 생겼는지를 설명할 논리가 생겼다.
사라진 상대를 찾아야 한다.
정 PD가 가진 정보는 강 씨의 이름과 연락처, 사업장 주소가 전부였다. 이현은 법적 절차를 통해 강 씨의 주민등록번호와 실제 주소를 확인했고, 소송 서류상의 상대방 정보를 정확히 바로잡았다(당사자표시 정정). 이 작업이 빠지면 나중에 이겨도 상대 재산에 손을 댈 수 없다. 의뢰인이 혼자서는 밟기 어려운, 가장 전문적인 영역이었다.
흩어져 있던 자료도 무기로 바뀌었다.
정 PD가 보관하던 단체 채팅방 대화, 문자, 세금계산서는 파편화된 기록일 뿐이었지만, 이현은 이를 증거 목록으로 체계화했다. 특히 강 씨 본인이 채팅방에 남긴 "산학협력단에서 정산돼 입금되면 정 PD님 쪽으로 다시 보내드리는 구조"라는 취지의 발언은, 강 씨 스스로 채무를 인정한 결정적 증거로 활용됐다.
청구 금액도 달라졌다.
정 PD는 떼인 원금 528만 원만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현은 소장에 지연손해금까지 더했다. 늦게 갚는 동안 불어나는 이자(소송 단계의 법정이율 연 12%)를 함께 청구해, 받을 돈을 원금 이상으로 키운 것이다.
두 달 뒤, 권리를 확정받았다
법원은 이현이 정리한 청구와 증거를 그대로 인정했다.

인정의 근거는 분명했다. 강 씨가 대금을 먼저 받아 무대온에 전달하기로 한 약속은, 재하청을 금지한 계약 조건 때문에 생긴 구조라는 설명으로 납득됐다.
여기에 무대온이 발행한 세금계산서가 채무의 존재를 뒷받침했고, 무엇보다 강 씨 본인이 채팅방에 "입금되면 다시 보내겠다"는 취지로 남긴 말이 스스로 채무를 인정한 진술이 됐다.
청구의 근거가 그 자체로 이유 있다고 인정된 데다, 강 씨가 끝내 한마디도 다투지 않으면서 그 결정은 그대로 확정됐다.
돌이켜 보면, 정 PD가 금액이 작다는 이유로 끝까지 혼자 감당하려 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사라진 상대를 특정하지 못했을 것이고, 지연손해금을 더할 생각도 못 했을 것이며, 채팅방에 흩어진 말들을 결정적 증거로 꿰지도 못한 채 지쳐 포기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건을 푼 것은 한 통의 독촉 전화가 아니라, 막막한 사실관계를 권리로 바꾼 법적 구성이었다.
포기하려고 한다면
받을 돈을 떼이고 상대가 잠적했을 때, 사람들은 대개 두 가지 이유로 포기한다.
계약서가 없다는 것, 그리고 금액이 크지 않다는 것.
그러나 이 사건이 보여주듯, 계약서가 없어도 오간 말과 서류로 권리를 세울 수 있고, 사라진 상대도 절차를 통해 찾아낼 수 있으며, 작은 금액도 지연손해금까지 더해 청구할 수 있다. 관건은 흩어진 자료를 권리로 바꾸는 일이고, 그것이 변호인이 하는 일이다.
법무법인 이현은 용역·거래 대금 분쟁과 잠적한 상대에 대한 회수 사건을 다수 다뤄 왔다. 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금액이 작다는 이유로 혼자 버티고 있다면, 포기하기 전에 먼저 상담받아 보길 권한다.
이미 의뢰인과 같이 구두 약속만 믿고 대금을 떼였다면, 포기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을, 아직 계약전이라면, 용역 계약서 쓰자는 말이 어렵다면 최소한 글로 남겨야 할 것들을 함께 읽어보길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가 잠적해 정확한 주소도 모르는데 진행이 되나요?
가능합니다. 이름과 연락처, 사업장 주소 정도만 있어도 법적 절차를 통해 상대의 주민등록번호와 실제 주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상대를 정확히 특정해 두는 것은, 이후 판결을 받고 재산에 집행하는 단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입니다. 무대온 사건에서도 이 특정 작업이 회수의 전제가 됐습니다.
Q. 떼인 원금만 받을 수 있나요, 더 받을 수 있나요?
원금 외에 지연손해금을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돈을 늦게 갚은 데 대한 이자 성격의 배상으로, 소송 단계에서는 법이 정한 연 12%의 이율이 소송 서류가 상대에게 송달된 다음 날부터 적용됩니다. 무대온도 원금 528만 원에 더해 지연손해금까지 청구했습니다.
Q. 금액이 크지 않은데 변호사를 선임할 실익이 있나요?
금액이 작을수록 오히려 혼자 감당하다 지쳐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가 잠적했거나, 계약서 없이 구두로만 약속했거나, 증거가 흩어져 있다면 상대 특정·증거 구성·청구 범위 설정에서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해집니다. 이런 작업이 실제 회수 가능성과 받아낼 금액을 좌우하므로, 선임 실익은 금액의 크기만으로 판단할 일이 아닙니다.
Q. 이런 사건은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상대가 다투지 않는 경우 비교적 빠르게 마무리될 수 있습니다. 무대온 사건은 사건을 맡긴 때부터 권리가 확정되기까지 약 두 달이 걸렸습니다. 다만 권리가 확정된 뒤 실제로 돈을 받아내는 단계는 별개이며, 상대의 재산 상황에 따라 추가 시간이 들 수 있습니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해 AI의 도움을 받아 제작된 이미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