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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 계약서 쓰자는 말이 어렵다면 최소한 글로 남겨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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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 계약서 쓰자는 말이 어렵다면 최소한 글로 남겨야 할 것

"구두 계약도 법적 효력이 있으니 계약서까지는 필요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절반만 맞습니다.

효력은 있습니다. 그러나 분쟁이 나면 승패는 효력이 아니라 입증에서 갈립니다. 상대가 "그런 약속 없었다"고 하면, 약속이 있었음을 청구하는 쪽이 증명해야 합니다. 그 증명을 좌우하는 것이 글로 남은 기록입니다.

물품을 납품하든, 외주를 주든, 동업을 하든, 프리랜서에게 일을 맡기든 마찬가지입니다. 거래의 형태와 무관하게 결정은 하나로 모입니다. 말로 넘길 것인가, 글로 남길 것인가. 이 글은 그 판단을 돕습니다.

용역 계약서 미니어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구두 계약은 유효합니다. 단, '서면 의무' 업종이 따로 있습니다

계약은 당사자의 합의만으로 성립하므로(낙성·불요식), 구두 약속도 원칙적으로 유효합니다. 법이 서면을 효력 요건으로 요구하는 일반적 예외는 보증 정도입니다(민법 제428조의2).

문제는, 거래 분야에 따라 서면계약이 권장이 아니라 법적 의무인 경우가 따로 있다는 점입니다.

서면계약이 법적 의무인 업종 3가지

  • 하도급 거래: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계약 내용을 적은 서면을 발급해야 합니다(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더 나아가, 서면을 발급하지 않은 경우 수급사업자가 위탁 내용을 서면으로 통지하고 원사업자가 15일 내에 부인하지 않으면, 통지한 내용대로 위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합니다(같은 조 제8항·제9항). 글로 남긴 통지 한 장이 곧 법적 추정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 가맹사업: 가맹본부는 영업표지 사용권, 가맹금 지급, 영업지역, 계약기간, 계약해지 사유 등을 담은 가맹계약서를 가맹점사업자에게 내주어야 합니다(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1조).

  • 문화예술용역(공연·예술): 서면계약이 의무이며, 계약 금액·기간·권리의무·용역 범위·수익 배분·분쟁해결의 여섯 가지를 명시해야 합니다(예술인 복지법 제4조의4). 이를 위반해 서면계약을 작성하지 않은 문화예술기획업자등에게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제18조).

즉 내 거래가 이 목록에 들어간다면, "말로 했다"는 것은 단순한 관행이 아니라 법이 정한 기본값을 건너뛴 상태일 수 있습니다. 목록에 없는 일반 거래라면 과태료 문제는 없지만, 분쟁 시 입증 부담은 그대로 남습니다.

용역 계약서, 얼마나 많이 쓸까?

법이 굳이 서면을 강제하기 전, 자율에 맡겼을 때 현장은 어땠을까요. 서면계약을 비교적 일찍 의무화한 공연·예술 분야의 통계가 단서를 줍니다.

예술인 실태조사 (조사 기준 2023년)

비율

예술활동 관련 계약 체결 경험

57.3%

└ 체결자 중 서면계약

86.6%

└ 체결자 중 구두계약

13.4%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서면계약 체결 경험률은 2015년 25.5%에서 2018년 37.3%로 올랐습니다. 2016년 서면계약 의무화 이후의 변화입니다. 자율에 맡겼을 때는 서면이 잘 정착되지 않았고, 법이 강제하자 비로소 올랐습니다. 이를 뒤집으면, 법이 서면을 강제하지 않는 대다수 일반 거래에서는 "말로 넘기는" 방식이 여전히 기본값에 가깝다는 뜻이 됩니다.

서면 86.6%만 보면 "이제 다들 서면으로 한다"고 읽기 쉽습니다.

예술인 계약 체결 경험 및 세부 형태

그러나 이 86.6%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답한 57.3% 안에서의 비율입니다. 전체로 넓히면 용역 계약서를 쓴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절반 안팎이고, 약 43%는 계약 체결 경험 자체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 통계는 공연·예술 분야 한정이며, 전 업종 수치가 아닙니다.)

글로 남기면 결정적으로 유리한 경우

업종을 가리지 않고, 세 가지 상황에서는 글 한 줄이 결과를 가릅니다.

  1. 상대가 약속을 부인할 때.

법원은 계약서가 없어도 대화·이체내역 같은 정황으로 약정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약정의 존재를 증명할 책임은 청구하는 쪽에 있고, 그 증명은 글로 남은 합의가 있을 때 훨씬 쉬워집니다.

  1. 상대가 잠적할 때.

연락이 끊겨도 글로 남은 약속과 금액은 그대로 증거가 됩니다.

  1. 대금이 제3자를 거쳐 들어올 때.

정산 구조가 복잡할수록,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언제 주기로 했는지가 글로 정리돼 있어야 다툼이 줄어듭니다.

법무법인 이현이 수행한 실제 사건입니다. 한 제작사는 오래 알고 지낸 거래처와 계약서 없이 말로만 정산을 약속했다가, 상대가 대금을 받고 잠적해 528만원을 떼였습니다. 다행히 채팅방 대화와 세금계산서가 남아 권리를 확정받았지만, 회수까지 두 달이 걸렸습니다. 글로 남은 기록이 없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수 있습니다.

→ 구두 약속만 믿었다가 528만원을 떼인 사례

글로 남겼어도 한계가 있는 경우

글로 남긴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상대에게 재산이 없거나 끝까지 잠적하면, 권리를 인정받아도 실제 회수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또 글의 내용이 모호하면(금액·기한이 불분명하면) 오히려 해석 다툼이 생깁니다. 서면이 곧 이행 보장은 아니므로, 글로 남기는 동시에 직접지급 합의나 지급 담보 같은 안전장치를 함께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용역 계약서가 부담스럽다면, '계약서' 말고 '기록'

분쟁에서 결정적인 것은 계약서라는 형식이 아니라, 누가 언제 얼마를 주기로 했는지가 글로 남아 있는가입니다. 거창한 용역 계약서가 없어도, 견적서에 지급 조건을 한 줄 적어 메일로 확인받거나, 채팅방에서 "이렇게 정산하면 될까요?"라고 합의를 글로 받아두면 그 자체가 증거가 됩니다.

말을 꺼내기 어려운 이유는 대개 "못 믿어서 쓰자는 것"으로 비칠까 봐서입니다. 의심이 아니라 실무 정리로 바꾸면 됩니다.

"서로 깔끔하게 하려고요", "정산 착오 없게 미리 정리해두죠" 정도면 충분합니다. 말로 합의한 직후 "방금 얘기한 거 정리해서 보내드릴게요"라며 글로 한 번 더 남기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거래 전 체크리스트

거래 전 체크리스트
  • 지급 주체와 금액을 한 문장으로 특정했는가

  • 발주처 입금 여부와 무관하게 지급한다는 의무와 구체적 기한을 정했는가

  • 지연이자율을 정해두었는가

  • 대금이 제3자를 거치는 구조라면 직접지급 합의나 입금 통지 장치를 두었는가

  • 세금계산서 발행과 별개로 지급 담보 장치를 마련했는가

  • 거래처의 사업자 상태·대표자 신원·주소를 확보했는가

  • 내 거래 분야(하도급·가맹·문화예술 등)에 서면계약 의무가 있는지 확인했는가

위 항목들을 다 챙기기 어렵거나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할지 헷갈린다면, 혼자 끌어안고 넘기기보다 처음부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빠르고 안전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 없이 글(메일·메신저)로만 남겨도 효력이 있나요?

있습니다. 계약은 합의만으로 성립하므로, 정식 계약서가 아니어도 지급 주체·금액·기한이 글로 확인되면 약정의 증거가 됩니다. 견적서에 지급 조건을 적어 메일로 확인받거나, 채팅으로 합의 내용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Q. 내 거래도 서면계약이 법적 의무인가요?

거래 분야에 따라 다릅니다. 하도급 거래(하도급법 제3조), 가맹사업(가맹사업법 제11조), 문화예술용역(예술인 복지법 제4조의4) 등에는 서면 발급·작성 의무가 있고, 위반 시 제재가 따를 수 있습니다. 의무 대상이 아닌 일반 거래라면 과태료 문제는 없지만, 분쟁 시 입증을 위해 글로 남겨두는 것이 안전한 것은 동일합니다.

Q. "발주처에서 받으면 드리겠다"는 조건을 그대로 써도 되나요?

권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아직 못 받았다"고 주장하면 지급을 미룰 여지를 주기 때문입니다. 발주처 입금과 무관하게 정해진 기한에 지급한다고 쓰고, 부득이하면 "입금 후 며칠 이내"라는 기한과 통지 의무를 함께 두십시오.

Q. 오래된 거래처에도 굳이 글로 남겨야 하나요?

그럴수록 더 필요합니다. 믿을 만한 사이라 말로 넘겼다가 떼이는 경우가 실제로 가장 많습니다. 글로 남기는 것은 상대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둘 다 헷갈리지 않기 위한 정리입니다.


결국, 계약서가 아니라 '기록'입니다

구두 계약은 효력이 없어서 위험한 것이 아닙니다. 효력은 있지만, 다툼이 시작되면 그 효력을 증명할 길이 없어서 위험합니다. 정식 계약서까지는 어렵더라도, 금액과 기한이 글로 남아 있기만 하면 위험의 대부분은 사라집니다. 말로 넘길지 글로 남길지의 판단은, 결국 "나중에 증명할 수 있는가"라는 한 가지 질문으로 정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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