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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구역 현수막 철거했는데 업무방해죄라고요?
실제 사례
피의자

재개발구역 현수막 철거했는데 업무방해죄라고요?

[참고 판례]

  •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 11. 26. 선고 2020고정1056 판결 (1심)

  • 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1. 20. 선고 2020노2818 판결 (2심)

  • 대법원 2025. 9. 11. 선고 2022도1665 판결 (파기환송)


현수막 하나가 법정으로 간 이유

2023년 가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재개발구역은 살얼음판이었다.

재개발을 추진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수개월째 맞붙고 있었다. 행정 절차를 두고 다투고, 주민들을 각자 설득하러 다니고, 서로를 향해 민원을 넣었다. 감정은 이미 바닥까지 내려가 있었다.

재개발 구역 골목에서 주민들이 두 패로 나뉘어 현수막을 사이에 두고 대립하는 웹툰 스타일 일러스트, 업무방해죄 분쟁 이미지

그러던 어느 날, 지주협의회 회장이 현수막을 내걸었다. 재개발 추진 방식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동네 주민들에게 자기 측 입장을 알리려는 것이었다.

새벽 6시 아무도 없는 골목에서 혼자 현수막을 철거하는 중년 남성 웹툰 일러스트, 재물손괴죄 업무방해죄 형사사건 이미지

재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이틀 뒤 새벽 6시, 아무도 없는 시간에 혼자 나왔다. 현수막 3개를 차례로 뜯어냈다. 06시에서 06시 50분 사이의 일이었다.

"저쪽이 먼저 일방적인 주장을 퍼뜨리고 있는데, 내가 치운 게 뭐가 문제야"

형광등 아래 고소장을 두 손으로 들고 충격받은 표정으로 읽는 중년 남성 웹툰 일러스트, 업무방해죄 재물손괴죄 고소 대응 이미지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고소장이 날아왔다. 업무방해죄와 재물손괴죄였다.

1심 법원은 재물손괴는 유죄로 봤지만 업무방해는 무죄를 선고했다. 현수막 설치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인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검사가 항소했고, 2심은 판단을 뒤집었다.

현수막 설치가 지주협의회 회장의 업무에 해당하고, 철거 행위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정당행위로 볼 수 있는지도 검토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업무방해와 재물손괴 모두 유죄가 됐다.

추진위원장 입장에서는 황당했다. 상대가 현수막 하나 달았다 뗀 게 무슨 직업적 업무냐는 것이었다. 대법원까지 갔다.

그리고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이 하급심과 다르게 본 지점은 사건의 경위가 아니었다. 현수막을 철거한 사실 자체는 다툼이 없었다. 대법원이 문제 삼은 건 더 앞단이었다. 그 현수막 설치 행위가 애초에 법이 보호할 만한 업무였느냐는 것이다.

1심과 2심은 이 질문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현수막이 뜯겼다, 방해가 됐다, 때문에 업무방해죄다. 이런 식으로 결론을 냈다. 대법원은 그 논리 구조 자체를 문제 삼았다. 방해를 당했다는 사실보다 방해받은 것이 진짜 업무인지를 먼저 확인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수막 설치가 '업무'라고요?

대법원 2022도1665 판결문 배경 이미지. 업무방해죄의 업무란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임을 명시한 대법원 판시 문구

업무방해죄는 아무 행위나 다 보호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업무란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반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뜻한다. 한 번 하고 마는 행위가 아니라 반복성계속성이 있어야 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재개발 갈등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을 알리려고 현수막을 한 번 단 행위는 원칙적으로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것은 의사 표현이지, 직업적·계속적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2심은 달리 봤다. 피해자가 재개발 사업 추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활동해온 사람이고, 현수막 설치도 그 업무의 일환이라고 판단했다. 정당행위 주장도 검토했지만, 다른 합법적 수단이 있었는데 굳이 현수막을 뜯을 필요가 없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바로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업무 해당 여부를 더 엄밀하게 따졌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번이냐, 반복이냐 그 차이가 유죄를 가른다

상황

업무 해당 여부

재개발 반대 입장을 알리려 현수막을 한 번 단 경우

원칙적으로 해당 안 됨

현수막 설치·관리를 반복적·직업적으로 해온 경우

해당 가능

본래 업무 수행과 직결된 현수막인 경우

해당 가능

대법원은 한 가지를 더 짚었다. 서로 대립하는 관계에서 상대방의 반대 의견 표현을 방해했다고 곧바로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의견 대립 자체를 형사처벌로 해결하려는 시도에 제동을 건 셈이다.

비슷한 상황은 생각보다 흔하다.

  • 재개발 갈등이 아니더라도,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던 이웃이 복도에 붙여놓은 항의 문구를 뜯어낸 경우.

  • 경쟁 관계에 있는 상인이 옆 가게 앞 입간판을 치워버린 경우.

  • 노조 측이 사측 건물 앞에 내건 현수막을 회사 직원이 제거한 경우.

이 모든 상황에서 갈리는 건 결국 하나다. 저쪽이 한 번 한 건지, 아니면 반복적으로 해온 건지. 그 답에 따라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가 달라진다.

업무방해죄는 피했지만, 또 다른 죄가 기다리고 있었다

대법원 및 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문 이미지. 대법원이 업무방해·재물손괴 사건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는 주문을 강조한 이미지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한 것이 아니다. 원심이 업무 해당 여부를 제대로 따지지 않았으니 다시 판단하라며 돌려보낸 것이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이 사건에서 재물손괴죄는 대법원도 파기하지 않았다. 현수막을 뜯는 과정에서 물건을 훼손했다면 업무방해죄와 별개로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 업무방해죄에서 이겼다고 해서 모든 혐의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은 달라진다. 상대방이 현수막을 반복적으로 설치해온 단체라면, 또는 직업적 활동의 일환이었다면 판단이 바뀐다.

현수막을 철거했거나 반대로 내 것이 뜯겼다면, 판례가 있으니 괜찮겠지로 넘길 상황이 아니다. 현수막의 목적이 무엇인지, 설치 경위가 어떻게 되는지, 반복된 행위인지 아닌지를 따져봐야 한다.


참고로 업무방해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이 사건에서 1·2심 형량을 별도로 언급하지 않은 건, 대법원 파기환송으로 원심판결의 효력 자체가 상실됐기 때문이다.

가볍지 않은 죄명이며 공소시효는 7년으로, 사건 발생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도 고소가 들어올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고소장을 받은 시점부터 대응이 시작된다. 수사기관 출석 요구가 오기 전에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현수막의 성격과 설치 경위를 파악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대응이 늦어질수록 선택지가 좁아진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되나요?

Q1.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업무'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나요?

업무방해죄가 보호하는 '업무'란 직업 또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뜻합니다. 단순히 방해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방해받은 행위 자체가 이 기준을 충족하는 업무여야 합니다.

일회적·일시적으로 이루어진 행위는 원칙적으로 해당하지 않으며, 반복성과 계속성이 있어야 합니다. 다만 본래 업무 수행과 밀접하게 연결된 행위라면 해당할 수 있어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집니다.

Q2. 현수막을 뜯다가 손상됐다면 재물손괴죄도 적용되나요?

업무방해죄와 재물손괴죄는 별개의 범죄입니다. 현수막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물건이 훼손됐다면,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와 무관하게 재물손괴죄가 별도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업무방해 부분만 파기환송했을 뿐, 재물손괴 부분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업무방해죄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더라도 재물손괴죄 혐의까지 함께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Q3. 대법원이 파기환송하면 무죄가 확정되는 건가요?

파기환송은 무죄 확정이 아닙니다. 대법원이 원심의 법리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내는 것입니다. 환송된 법원은 대법원의 판단 기준에 따라 사실관계를 다시 심리하고 새로운 판결을 내립니다. 이 과정에서 유죄가 선고될 수도 있습니다. 파기환송을 무죄로 오해하면 대응 준비를 소홀히 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본 글 사용된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되었으며, 이현이 실제 수임한 사건을 각색한 내용으로 실제 사건 당사자 및 장소와 무관합니다.

또한 본 글에서 소개된 판례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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