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해고,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걸까요?
수습기간이 끝나갈 때쯤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입니다. "이 사람은 계속 데리고 가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서면, 그냥 "이번엔 정규직 전환이 안 됐다"고 통보하고 끝내면 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수습기간 중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것, 즉 본채용 거부도 법적으로는 해고입니다.

수습이니까 그냥 안 뽑으면 그만 아닌가요
수습근로자도 이미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출근해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입니다. 다만 "수습"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도 법적 성격은 실질에 따라 갈립니다.
정식 채용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면 판례상 "해약권이 유보된 근로계약"(시용관계)으로 보아 완화된 기준이 적용되고, 이미 정식 채용이 확정된 상태에서 업무 숙련을 위해 "수습"이라는 이름만 붙여둔 경우라면 일반 해고와 마찬가지로 엄격한 정당성이 요구될 수 있습니다.
명칭이 아니라 채용 여부가 실제로 확정됐는지가 기준입니다.
그래서 수습기간 종료 시점에 정규직 전환을 시키지 않는 것(본채용 거부)은 신규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미 성립한 근로계약을 회사가 일방적으로 끝내는 해고에 해당합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의 해고 제한 규정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럼 정직원 해고랑 똑같이 까다로운가?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완화되는 부분과 그대로 적용되는 부분을 구분해야 합니다.
완화되는 부분
해고의 정당성 판단 기준입니다. 통상의 해고는 근로자의 귀책사유나 경영상 필요성을 엄격하게 요구하지만, 수습근로자에 대한 본채용 거부는 "직무 능력, 적격성 등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정당성이 인정되는 편입니다. 정직원 해고보다는 기준이 낮습니다.
그대로 적용되는 부분
해고예고와 서면통지입니다.
해고예고(근로기준법 제26조)는 계속근로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에만 면제됩니다. 계속근로기간이 3개월 이상(3개월째 되는 날 포함)이라면 정규직·수습 구분 없이 예고 의무가 발생합니다.
해고 사유·시기의 서면통지(근로기준법 제27조)는 5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수습근로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서면통지 없이 구두로만 통보하면 그 해고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5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 대상도 됩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오히려 해고 제한 규정 자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제한), 제27조(서면통지), 그리고 노동위원회 구제신청까지 모두 적용 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에, 사유가 부족하거나 구두로만 통보해도 해고 자체는 유효합니다.
다만 계속근로기간이 3개월 이상이라면 해고예고(제26조) 의무는 사업장 규모와 무관하게 그대로 적용되므로, 30일 전에 예고하지 않았다면 해고예고수당(30일분 통상임금)을 청구당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5인"은 단순히 현재 재직 중인 인원수가 아닙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에 따라 산정기간(보통 해고 전 1개월) 동안 사용한 근로자의 연인원을 평균 내는 방식으로 계산합니다.
아르바이트·일용직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정규직만 세면 4명이어도 실제 산정 결과는 5인 이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흔합니다. "우리는 4명이니 안전하다"고 섫지리 판단하지 말고, 최근 1개월간 실제 근무한 인원을 기준으로 다시 확인해봐야 합니다.
즉 "기준은 낮아지지만 절차까지 생략되는 건 아니다"가 핵심입니다.
안전하게 본채용을 거부하려면
아래 3가지는 5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법적으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준입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특히 해고예고수당 다투나 근로자와의 감정적 마찰) 스스로를 지키는 근거가 되므로 마찬가지로 갖추어두는 걸 권합니다.
평가 기준이 사전에 있었는가
수습 시작 시점에 무엇을 평가할지(업무 숙련도, 근태, 협업 태도 등) 기준이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해고를 결정한 다음에 이유를 짜맞추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평가 과정과 결과가 기록으로 남아있는가
면담 기록, 업무 평가표, 시말서, 근태 기록 등 평가가 실제로 이뤄졌다는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냥 못한다고 느꼈다"는 주관적 인상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해고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했는가
본채용 거부를 결정했다면, 사유와 종료 시기를 서면(이메일 포함 가능하나 서면 형식 갖추는 것이 안전)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구두 통보만으로 끝내는 것이 실무에서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부당해고로 인정되면 회사가 부담하는 것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절차를 지키지 않아 부당해고로 인정되면, 단순히 "다시 뽑아야 한다" 정도로 끝나지 않습니다.
회사는 근로자를 원래 자리로 복직시킬 의무를 지고, 해고 기간 동안 지급하지 않은 임금 상당액을 소급해서 지급해야 합니다. 구제신청이나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2년) 이 임금 부담이 계속 쌓인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가 붙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습 직원 한 명을 내보내는 문제가 생각보다 크게 번질 수 있는 이유입니다.
지금 우리 회사는 어디에 해당하는가
□ 수습 시작 시점에 평가 기준을 문서로 정해뒀다
□ 수습기간 중 평가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 수습기간이 3개월을 넘긴 경우, 해고예고 절차를 챙길 준비가 되어 있다
□ 본채용 거부 시 서면통지 양식을 갖추고 있다
□ 5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해고예고수당(30일분 통상임금) 리스크는 남아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체크가 안 된다면, 지금 시점의 본채용 거부는 부당해고 분쟁으로 번질 위험이 있습니다.
수습기간은 회사에 유리한 제도가 맞지만,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기간"은 아닙니다. 평가 기준과 기록, 서면통지만 갖춰도 대부분의 리스크는 관리됩니다.
이미 본채용 거부를 진행했거나 앞두고 있다면, 절차상 문제가 없는지 사전에 점검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사측에서 자주 묻는 질문 FAQ
Q. 해고 사유 서면통지, 이메일이나 문자로 해도 되나요?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은 내용이 아무리 구체적이어도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 제27조가 요구하는 '서면'으로 인정받지 못해 그 자체로 해고 무효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이메일은 사유와 시기가 구체적으로 기재되고 평소 업무상 소통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면 예외적으로 서면통지로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사유·시기를 명시한 문서를 직접 교부하거나 내용증명 우편으로 발송하는 것입니다.
Q. 평가 기준을 미리 정해두지 못했는데, 지금이라도 만회할 방법이 있나요?
해고를 결정한 뒤에 평가 기준을 소급해서 만들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 일방적 해고보다는 근로자와 협의해 합의에 의한 근로계약 종료(권고사직)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실무적 대안입니다.
다만 이는 당장의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일 뿐이므로, 다음 수습 채용부터는 반드시 사전에 평가 기준을 문서로 마련해두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