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10년 함께한 사람이 거래처를 가져갔다|영업비밀 침해로 참교육하기
실제 사례
사업자

10년 함께한 사람이 거래처를 가져갔다|영업비밀 침해로 참교육하기

거래처가 하나씩 사라지고 있었다

이 대표(가명)는 이상하다고 느꼈다. 분명히 위탁해둔 10개 지방자치단체 유지보수 업무인데, 박 대표(가명) 측에서 정산 요청을 피하기 시작했다. 연말정산이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이 뜸해졌다.

확인해보니 답이 나왔다. 박 대표는 이미 해당 10개 지자체와 자기 명의로 직접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해둔 상태였다. 이 대표가 1억 5,580만 원을 들여 사들인 영업권이 포함된 거래처들이었다.


10년 함께한 사람이었다

박 대표는 이 대표 회사의 설립 멤버였다. 10년간 함께 일해온 영업사원 출신이었다. 독립해 회사를 차렸고, 얼마 후 퇴사했다.

이 대표는 그 사람을 믿었다. 독립한 지 얼마 안 됐을 테니 일감을 나눠주기로 했다. 22개 공공기관 중 10개 지자체 유지보수 업무를 위탁했다. 배신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1년이 채 되지 않아 박 대표는 그 신뢰를 이용했다.

영업비밀 증거

영업비밀 침해인가, 계약자유의 원칙인가

이 대표가 내용증명을 보내자 박 대표는 버텼다.

민법상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것이므로 침해가 아니라는 논리였다.

언뜻 그럴 듯하게 들렸다. 지자체 입장에서 새로운 계약 상대를 선택하는 것은 자유다. 그런데 그 새로운 상대가 이 대표의 영업권과 영업비밀을 바탕으로 접근한 사람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법무법인 이현은 세 가지를 파고들었다.

첫째, 이 대표가 양수한 영업권에는 해당 지자체들에 대한 유지보수 권리가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었다. 박 대표가 그 권리를 넘어선 것이었다.

둘째, 해당 인사관리 프로그램의 유지보수는 특허권 통상실시권 없이는 수행이 불가능했다. 영업권 침해가 곧 특허권 침해와 맞닿아 있다는 논리였다. 박 대표가 단순히 "계약을 새로 맺었을 뿐"이라는 주장을 무너뜨리는 핵심이었다.

셋째, 박 대표는 위탁 업무를 수행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거래처 정보를 무단 활용했다. 업무 중 취득한 정보를 독립 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 것은 영업비밀 침해이자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었다.

계약자유의 원칙 뒤에 숨을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퇴사자나 협력업차가 기존 거래처와 새로 계약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위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기존 회사의 거래처 정보나 영업상 노하우를 활용했다면 계약자유의 원칙으로 보호받기 어렵다. 이 구분은 「영업비밀 침해와 계약자유의 원칙, 무엇이 다를까?」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조정 테이블에서 벌어진 일

법원은 사건을 조정에 회부했다. 박 대표의 제시액은 2,500만 원이었다.

법무법인 이현은 조정 전 이 대표와 사전 미팅을 가졌다. 최소 희망 금액을 확인했고, 조정 전략을 세웠다.

핵심은 단순 배상금 협상이 아니었다.

역발상이었다. 박 대표가 이미 10개 지자체와 계약을 맺어버린 현실에서, 그 계약을 무효로 돌리는 것보다 정식 양도 형태로 전환하는 편이 이 대표에게 실질적으로 유리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영업권을 박 대표에게 정식으로 넘겨주고, 박 대표는 그 대가로 4,700만 원을 지급하는 구조였다.

계약을 정식 양도한다는 조정조서

박 대표에게도 이유가 있었다. 현재 운영 중인 계약들의 법적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이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4,700만 원. 4회 분할 지급으로 합의됐다.


마지막 문구 하나가 12개 거래처를 지켰다

조정이 거의 성립되려는 순간, 법무법인 이현은 조정조서를 다시 들여다봤다.

문제가 있었다. 나머지 12개 기관에 대한 보호 조항이 명확하지 않았다. 박 대표가 언제든 같은 방식으로 나머지 거래처까지 영업비밀 침해를 반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이현은 수정을 요청했다. "피고는 나머지 12개 업체에 대한 원고의 영업권을 침해해서는 안 되며, 위반 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문구를 조정조서에 명시적으로 반영했다.

조정이 성립된 후 이현은 납부된 인지액의 절반 환급 절차까지 안내했다. 이 대표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영업비밀 침해를 당했다면 지금 확인해야 할 것

이처럼 전직 직원이나 협력 업체가 거래처를 무단으로 가져간 상황이라면, 먼저 이것부터 확인해야 한다.

  • 영업권 양도 계약서에 해당 거래처가 명시돼 있는가

  • 해당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재산권의 권리 관계가 명확한가

  • 상대방이 업무 수행 중 취득한 노하우나 거래처 정보를 활용하고 있는가

  • 향후 침해 가능성이 있는 나머지 거래처에 대한 보호 장치가 있는가

단순한 계약 위반처럼 보여도 영업비밀 침해·영업권·특허권이 동시에 걸릴 수 있다. 그리고 그 프레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영업권 침해와 영업비밀 침해는 비슷해 보이지만, 보호하는 대상과 입증 방식이 다르다. 두 개념의 차이는 「영업권 침해와 영업비밀 침해의 차이」에서 자세히 정리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구두 합의만 있고 계약서가 없어도 영업비밀 침해로 싸울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계약서가 없더라도 업무 위탁 관계가 실질적으로 존재했고, 상대방이 그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와 노하우를 무단으로 활용했다면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도 구두 합의만 있었지만 영업비밀 침해와 영업권 침해 논리를 함께 구성해 상대방을 압박했습니다. 단, 구두 합의의 존재와 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카카오톡, 이메일, 거래 내역 등)를 최대한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전직 직원이 거래처를 빼간 경우 손해배상액은 어떻게 산정하나요?

영업권처럼 무형 자산의 가치를 수치로 증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업계 관행에 따라 해당 거래처의 1년치 유지보수비를 기준으로 영업권 가치를 산정했습니다. 원고가 영업권을 취득할 때 지급한 금액을 기관 수 비율로 나누는 방식도 활용됩니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청구 금액이 크게 달라지므로, 객관적이고 법원이 납득할 수 있는 산정 근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상대방이 이미 거래처와 계약을 맺어버렸습니다. 그 계약을 되돌릴 수 있나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이미 체결한 계약을 취소하도록 강제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 사건처럼 상대방이 무단으로 체결한 계약을 정식 영업권 양도 형태로 전환해 실질적인 보상금을 받아내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계약을 되돌리는 것보다 손해배상과 미래 권리 보호에 집중하는 전략이 더 유효한 경우가 많습니다.

나한테 딱 맞는 해결책이 필요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