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권 침해와 영업비밀 침해, 무엇이 다를까? 거래처를 빼앗긴 사람이 먼저 확인할 것
거래처를 빼앗기면 흔히 "영업권을 침해당했다"거나 "영업비밀을 도둑맞았다"고 말합니다. 두 말을 같은 뜻으로 쓰지만, 보호하는 대상이 다르고 입증할 것도, 받을 수 있는 구제수단도 다릅니다.
어느 쪽으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둘이 어떻게 다른지, 왜 실제로는 함께 걸리는지, 피해를 입었다면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짚어 보겠습니다.
영업권 침해와 영업비밀 침해, 무엇이 다른가
먼저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영업권 침해"는 법전에 따로 있는 죄목도, 단일한 청구원인도 아닙니다. 영업비밀 침해가 부정경쟁방지법이 직접 정의한 개념인 반면, 영업권 침해는 내가 쌓거나 사들인 거래 기반이 훼손된 상황을 가리키는 통칭에 가깝습니다.
영업권이란?
거래처, 신용, 고객 관계, 축적된 노하우처럼 형태가 없는 사업 기반의 가치를 말합니다. 돈을 주고 넘겨받기도 하고(영업양도), 시간을 들여 직접 쌓기도 합니다.
이것이 침해됐다고 다툴 때는 사안에 따라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예: 성과 도용에 관한 제2조 제1호 파목), 계약 위반, 때로는 특허·상표 침해 등 여러 법리로 구성됩니다.
영업비밀이란?
법이 정한 세 가지 요건을 갖춘 정보입니다(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을 것(비공지성),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질 것(경제적 유용성), 비밀로 관리될 것(특히 비밀관리성/보안조치 여부). 거래처 명단, 단가표, 생산·판매 방법 등이 이 요건을 갖추면 영업비밀이 됩니다.
구분 | 영업권(거래 기반) 침해 | 영업비밀 침해 |
|---|---|---|
보호 대상 | 시간과 비용을 들여 확보한 거래 관계와 영업상 자산 | 요건을 갖춘 특정 정보 그 자체 |
법적 성격 | 독립된 청구원인 아님(여러 법리로 구성) | 부정경쟁방지법상 명문 청구원인 |
근거 규정 | 민법 제750조,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파목 등), 계약 등 |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3호 |
핵심 입증 | 영업권의 범위 + 상대의 무단 이용·인과관계 | 정보의 3요건(특히 비밀관리성) + 부정 취득·사용 |
구제수단 | 손해배상, 사안에 따라 금지청구 | 금지·예방청구(제10조), 손해배상(제11조), 형사처벌(제18조) |
영업권 침해 vs 영업비밀 침해 현실
영업비밀·부정경쟁 분야는 공식 자료로 확인되는 수치만 모아 보면 몇 가지가 분명해집니다.
침해자는 대개 내부에서 나옵니다.
영업비밀 유출의 상당수는 전·현직 임직원에게서 비롯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법률 실무 문헌상 70~80%로 추정). 외부 해킹보다 믿었던 사람이 더 흔한 통로라는 뜻입니다.
이겨도 배상이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특허청 연구를 보면 2016~2020년 특허권 침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는 평균 6억 2,829만 원을 청구했지만 실제 인용액 중간값은 1억 원 수준이었습니다(특허청, 2021). 이건 특허권 침해 수치입니다.
다만 침해 입증과 피해액 산정이 어려워 제대로 배상받기 힘들다는 문제는 영업비밀과 기술 침해 전반에서 똑같이 지적됩니다.
대신 제재는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고의적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는 종전 손해액의 3배에서 현행 5배로 올랐습니다(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2 제6항). 다만 이 5배 징벌배상은 영업비밀 침해(및 거래과정의 아이디어 탈취)에만 적용되고 불법행위로 구성하는 영업권 침해 일반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형사처벌도 무거워졌습니다. 국내 유출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 벌금, 외국에서 쓸 목적의 유출은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 원 이하 벌금입니다(제18조).
영업비밀 침해로 다툴 수 있는 경우
이런 정황이라면 영업비밀 침해로 구성할 여지가 큽니다.
비밀로 관리하던 정보가 빠져나간 경우. 접근 권한을 제한하고 비밀 표시를 해 두고 비밀유지서약을 받아 둔 흔적이 있을수록 유리합니다. 비밀관리성은 실무에서 가장 자주 다투는 지점입니다.
전·현직 직원이 재직 중 얻은 정보를 독립한 뒤 쓴 경우. 고객 명단이나 단가, 거래 조건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면 부정 사용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부정한 수단으로 정보를 취득한 경우. 절취나 기망, 권한 없는 접근으로 가져간 정보를 쓰거나 공개하는 행위입니다.
이때는 침해 금지·예방 청구(제10조)와 손해배상(제11조)을 구할 수 있고 형사처벌 대상도 됩니다(제18조).
영업권(거래 기반) 침해로 다툴 수 있는 경우
정보 자체보다 쌓아 온 거래 기반이 무너진 쪽에 초점이 있다면 다른 법리로 갑니다.
양수한 영업권의 범위를 침범한 경우. 영업양도 계약서에 특정 거래처가 명시돼 있는데 그 거래처를 가져갔다면 양수 권리의 침해를 곧바로 다툴 수 있습니다.
계약자유를 넘어 무임승차한 경우. 거래처가 새 상대를 고르는 것은 자유입니다. 그래서 상대는 "그저 새 계약을 맺었을 뿐"이라고 항변합니다. 이 항변을 깨려면 상대가 기존 영업 기반에 올라타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는 점(부정경쟁성·인과관계)을 따로 입증해야 합니다.
계약자유의 원칙이 어디까지 보호되고 어디서 멈추는지는 「영업비밀 침해와 계약자유의 원칙, 무엇이 다를까?」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이현에서 영업권 침해와 영업비밀 침해가 한 사건에서 동시에 문제를 해결한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상대방은 "새 계약을 맺었을 뿐"이라 주장했지만, 영업권·영업비밀 침해를 함께 구성해 4,700만 원 조정 합의와 잔여 거래처 보호 조항을 이끌어냈습니다.
두 법리를 함께 구성해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하다면 실제 사례 보기 →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증거
대응의 성패는 초기 증거 확보에서 갈립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가 자료를 정리하고 정황도 흐려집니다. 게다가 영업비밀 침해 금지청구권에는 시효가 있습니다(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침해가 시작된 날부터 10년). 아래부터 점검해 보세요.
영업양도·거래 계약서에 해당 거래처가 명시돼 있는가 (영업권의 범위 입증)
영업비밀이라 주장할 정보에 비밀관리 흔적이 있는가 (접근 제한, 비밀 표시, 비밀유지서약서, 보안 정책)
상대가 업무 중 취득한 정보·노하우를 활용한 정황이 있는가 (메시지, 이메일, 거래 내역)
계약서가 없다면 위탁 관계의 존재와 내용을 보여 줄 자료를 확보했는가
아직 빼앗기지 않은 거래처를 보호할 장치가 있는가
자주 묻는 질문
Q. 영업권 침해와 영업비밀 침해는 같은 건가요?
아닙니다. 영업비밀 침해는 부정경쟁방지법이 정의한 단일 청구원인입니다. 반면 "영업권 침해"는 쌓거나 양수한 거래 기반이 훼손된 상황을 가리키는 통칭이고, 사안에 따라 불법행위·부정경쟁행위·계약 위반 등으로 구성됩니다. 둘은 보호 대상과 입증 방식이 다릅니다.
Q. 구두 합의만 있고 계약서가 없어도 다툴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업무 위탁 관계가 실제로 있었고 상대가 그 과정에서 얻은 정보와 노하우를 무단으로 썼다면 영업비밀 침해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구두 합의의 존재와 내용을 뒷받침할 자료(메시지, 이메일, 거래 내역 등)를 최대한 확보해 둬야 입증이 수월합니다.
Q. 전직 직원이 거래처를 빼간 경우 손해배상액은 어떻게 산정하나요?
형태 없는 자산의 가치를 수치로 환산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해당 거래처의 1년치 거래액을 기준으로 삼거나 영업권을 살 때 지급한 금액을 거래처 수로 나누는 방식을 씁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침해자가 얻은 이익을 손해로 추정하는 규정(제14조의2)도 둡니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청구 금액이 크게 달라집니다.
Q. 상대가 이미 거래처와 계약을 맺어 버렸습니다. 되돌릴 수 있나요?
특히 공공기관이 이미 맺은 계약을 취소하도록 강제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계약을 되돌리는 데 매달리기보다 무단으로 맺어진 계약을 정식 양도로 전환해 보상을 받고, 남은 거래처의 권리를 지키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편이 대개 더 낫습니다.
